이제 곧 여름이다. 여름은 햇살이 가득하고 신나는 계절이지만, 한편으로는 음식 관리에 있어 가장 긴장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온도가 높아지면 세균과 곰팡이가 급격히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여름철 음식보관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여름엔 실수로 음식 보관을 소홀히 했다가는 식중독 같은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식품연구원의 최정윤 박사가 2024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여름철 평균 실내 온도 27도에서 식품 내 세균 증식 속도는 겨울철 대비 3배 이상 빠르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무서운 여름철에도 신선하고 안전하게 음식을 보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부터 누구나 바로 따라할 수 있는 실용적인 여름철 음식 보관 꿀팁을 소개해보려 한다.
빠르게 식히고 빠르게 냉장하라
첫 번째 기본 원칙은 ‘빠르게 식히고 빠르게 냉장하라’는 것이다. 음식을 조리한 후 상온에 오래 두는 것은 여름철 식중독의 주범이 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김수영 박사팀이 2023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시간 이상 상온에 방치된 음식은 식중독균이 급격히 증식할 위험이 높다고 한다. 따라서 음식을 만들고 나서는 가능하면 1시간 이내에 냉장 보관해야 한다. 뜨거운 국이나 찌개는 한 김 식힌 후 얕은 용기에 펼쳐 담아 빠르게 열을 식히고 바로 냉장고로 넣어야 한다. 깊은 용기에 담아 그대로 두면 겉은 식어도 안쪽은 여전히 뜨겁기 때문에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
냉장고의 적정온도를 지켜라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냉장고와 냉동고의 적정 온도를 지키는 것이다. 냉장고는 0도에서 4도 사이, 냉동고는 영하 18도 이하로 유지해야 식품의 부패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2022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정용 냉장고 10대 중 3대는 여름철 내부 온도가 기준치를 초과해 식품 보관에 부적합했다고 한다. 따라서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냉장고 온도를 다시 설정하고, 온도계가 있다면 내부 온도를 수시로 점검하는 것이 좋다. 특히 냉장고 문을 자주 여닫거나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넣으면 온도가 쉽게 올라가니 주의해야 한다.
냉장고 안을 정리해라
냉장고 내부 정리도 여름철 음식 보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음식은 냉장고에 무조건 넣는다고 끝이 아니다. 잘못 보관하면 오히려 부패를 부추길 수 있다. 채소와 과일은 각각 따로 구분해서 보관하는 것이 기본이다. 채소는 수분이 많아 다른 음식에 쉽게 영향을 주므로, 신문지나 키친타월로 감싸서 습기를 제거한 후 야채 칸에 넣어야 한다. 반면 과일은 종류에 따라 다르다. 사과는 에틸렌 가스를 많이 방출해 다른 과일의 숙성을 촉진하므로 별도로 보관해야 한다. 바나나는 냉장고에 넣으면 껍질이 빠르게 검게 변하니 통풍이 잘 되는 서늘한 곳에 두는 것이 좋다.
식재료별 관리법
생고기나 생선류는 반드시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해야 한다. 이때 고기는 아래칸, 특히 채소나 과일보다 아래에 두어야 만약의 경우 핏물이 다른 음식에 닿지 않게 할 수 있다. 대한미생물학회 2023년도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생고기 핏물에 오염된 식품의 식중독 발생률은 오염되지 않은 경우보다 5배나 높다고 한다. 또한 고기는 구입 후 바로 소분해서 1회 분량으로 나누어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해동할 때는 상온이 아니라 냉장실에서 천천히 해동해야 식중독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조리된 음식도 보관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김치찌개나 국 같은 음식은 끓여서 보관한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특히 고기나 해산물이 들어간 음식은 하루가 지나면 세균 번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따라서 조리 후 2일 이내에는 반드시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리고 한 번 데운 음식은 다시 식혀서 재냉장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여러 번 온도 변화가 생기면 식품 내 세균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여름철에는 플라스틱 용기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는 저가 플라스틱 용기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될 위험이 있다.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 장지현 교수는 2024년 논문에서 “플라스틱 용기에서 나온 비스페놀A(BPA)는 체내 내분비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식품 보관에는 내열 유리용기나 BPA-Free 인증을 받은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물론 여름철 음식 보관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물과 얼음이다. 물은 반드시 끓여서 마시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얼음 역시 위생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야 한다. 집에서 얼음을 만들 때는 정기적으로 아이스 트레이를 세척하고, 긴 시간 냉동실에 방치된 얼음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냉동실 내부에 오래된 음식물 냄새가 밴 얼음은 오히려 음료의 맛을 해칠 수 있으니 주기적으로 얼음을 교체하는 것도 필요하다.
간편하게 실천할 수 있는 추가 팁도 있다. 먼저 소분해서 냉장·냉동 보관하는 습관을 들이자. 예를 들어 남은 밥은 소량씩 랩이나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 보관하고, 먹을 때마다 필요한 만큼만 해동하면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고 신선도도 지킬 수 있다. 또 여름철에는 장을 볼 때 보냉백을 반드시 챙기자. 슈퍼마켓이나 시장에서 구입한 식품이 뜨거운 차 안에서 장시간 방치되면 이미 세균이 증식할 수 있다. 가능하면 냉동·냉장 식품은 장보기의 맨 마지막에 구입하고, 빠르게 집으로 가져와야 한다.
식탁에 음식을 오래 두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여름철에는 한 끼 식사도 조심해야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30도 이상의 고온에서는 한 시간 이내에 음식 속 세균 수가 위험 수치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가족 식사를 할 때도 먹을 만큼만 덜어내고, 남은 음식은 바로 냉장고에 넣는 것이 최선이다.
이렇게 보면 여름철 음식 보관은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핵심은 ‘빠르고 깔끔하게’다. 조리 후 바로 식히고, 빠르게 냉장하고, 적절히 소분하고, 깨끗한 용기를 사용하는 것. 이 기본만 지켜도 여름철 식중독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덥다고 대충 넘기지 말고, 매일매일 작은 관리 습관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여름철 음식 보관은 단순한 부지런함이 아니라 가족과 나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방패다. 부디 이 여름, 건강하고 맛있는 식탁을 지키는 데 이 꿀팁들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살짝 신경만 써도 여름을 훨씬 쾌적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